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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름다운 삶
살아 가면서...

누가 누구에게...

by 금 랑 2022. 6. 2.

친정을 다녀왔다.

엄마의 연세가 92세가 되고 보니 자주 뵙는 게 효도라 생각을 했다.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딸 셋이 같이 움직인다.

이번에 2박3일 다녀오며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우리가 효자 효녀라 하신다.

이렇게 자주 내려와 엄마를 챙기는 자식이 어디에 있냐며 우리가 민망할 만큼 칭찬해 주신다.

그런데 한 분의 얘기에 가슴이 멍해졌다.

엄마가 이리 건강 하신게 자식들에게 복이라는 것이다.

누구네 집은 몇년전에 요양원 들어가 계시고 누구네는 또 언제 하시며 여러 사람들이 요양원에 들어가 계신다 하셨다.

요양원에 들어가 계신 부모도 안타깝고 힘들지만 매번 들려 보는 자식도 편치 아니한 마음과 금전적인 부담도 적지 아니할 거란다.

그런데 엄마는 이리 건강하시니 자식들이 감사해야 할 일이라 하셨다.

몰랐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찾아뵙고 맛난 것 사드리고 집안일 챙겨 주는 것으로 잘난 자식의 도리 다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가 우리에게 사람 구실 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신 것이었다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혼자 이리 사는 게 참 편하시단다

자다가 먹고 싶으면 냉장고 열고 꺼내 먹고 한 밤중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다녀오면 된단다

자식 집에 있으면 누가 뭐라 해서가 아니라 한 밤중에 화장실도 조심스럽고 갈증에 물이 마시고 싶어도 선 듯 냉장고 문 열고 꺼내 먹기 어렵다 하신다.

자식들 집에 며칠씩 묵으실 때 당신 스스로의 불편하셨던 마음을 불쑥 내비치신 것 같다

효도라는 게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엔 엄마 혼자 두고 떠나올 때 편치 아니한 마음이었다

이제는 자주 가게 되니 그런 섭섭함을 엄마가 보이지 아니해서 좋다.

시간 허락 안에 자주 움직이자 

엄마의 꽃밭에는 지난달의 화려한 꽃잎의 목단이 지금은 꽃잎은 떨어지고 씨앗으로 영글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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