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친정엄마와 언니와 여동생 그리고 남편과 함께 여행을 했다.
지금까지 많은 여행을 했다
가만 생각하니 항상 엄마는 빠져있었다
잠자리 불편한 친척들의 행사에만 늘 엄마는 끼어 있었다
언니 환갑 때도 내 환갑 때도 여동생의 환갑 때도 언제나 우리들 만의 여행이었다
항상 엄마는 나는 집이 좋다
너네끼리 다녀오라 하시고 외식 한 번 하려 해도 집에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 하셨다
그래서 언제나 엄마가 빠져 있었고 우리도 싫다는 엄마는 우리들의 모든 엄마처럼 집밥만 좋아하는 줄 알았다.
작년에 엄마와 함께 하루 여행길에 올랐다
남편과 함께 엄마랑 자매들과 좋은 호텔에서 하루 먹고 쉬자는 내 말에 남편이 동의했다
좋은 특급 호텔에 방 두 칸을 예약했다
엄마와 언니 여동생이 사용하고 우리 부부가 사용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런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다
호텔 사우나를 즐기며 이리 수건을 막 사용해도 되냐고 하시고 사우나 가운도 입어 보시고 공짜냐고 물어보신다
조식도 얼마나 잘 드시는지 식사를 조금씩 하시는 것이 입맛이 없음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께 얼마나 죄스러웠던지 살아 계실 동안 일 년에 두 번씩 여행을 계획했다
남편과 의논하여 엄마와 함께 하는 동안 모든 부담은 우리가 하는 것으로 하고 말이다.
이번에 두 번째의 여행을 했다
엄마도 이번에는 싫다는 말씀 없이 좋아하셨고 이번에는 남동생 부부까지 함께 했다
엄마의 자식이 다 모인 것이다
엄마 연세가 있으니 멀지 아니한 정동진으로 했다
정동진 호텔의 최고의 방을 예약했다
엄마의 말씀 아무리 호텔이지만 방안에 욕탕이 있다니 신기하다 하신다
정동진 앞길을 수도 없이 다녔지만 호텔 안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셨단다
엄마의 말씀처럼 친정이 강릉이니 엄마는 얼마나 많이 이 길을 오고 갔을지 생각만으로도 슬픈 일이였다
방에서 바다를 보시며 옛 이야기 하시고 앞이 환한 발코니에서 파도를 보며 차를 마시며 너무 좋아하셨다
엄마의 자식들이 다 모여 즐거운 이야기와 맛난 음식으로 여행을 마감했다.
95살 우리 엄마 이렇게 라도 엄마 먼 길 떠나시기 전에 깨닫고 실천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는 또 내년 봄에 엄마와 형제들과 함께 다녀올 다음 여행지를 꿈꾼다.
'살아 가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에서 만나지는 사람들... (24) | 2024.12.28 |
---|---|
아주버님.... (42) | 2024.12.03 |
마디모 프로그램.. (42) | 2024.09.13 |
일상이... (32) | 2024.08.26 |
젓가락... (28) | 2024.08.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