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먼 길을 떠나면 정리할 것들이 많은 것 같다
가끔 전해 들은 어른들 말씀이 제일 정리하기 어려운 게 사진이라고 하셨던 것 같다
요즘이야 핸드폰에 모두 저장되어 있으니 본인들이 정리하면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예전의 사진들은 모두 앨범에 차곡차곡 들어가 있다
가끔 그 사진들을 보면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모두 보인다
그래서 나는 가끔 앨범을 꺼내본다.
이번 연휴 긴 시간 동안 남편과 시부모님들 사진을 정리했다
2남 5녀의 사진들이 들어 있는 앨범도 있었다
지나온 시간 속에 남편은 신나서 설명하기도 하고 어려운 시절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험 떨어져 가고 싶은 학교를 못 가고 재수해서 뺑뺑이로 입학한걸 지금도 많이 속상해한다
남편은 고등학교 시험의 마지막 세대고 나는 뺑뺑이의 첫 세대다
재수하는 바람에 방 안에서 한 달 내내 울어서 쌍꺼풀이 그때 생겼단다
그러나 나는 시골의 작은 소도시 출신이라 서울서 공부한 남편의 고등학교를 재수한 그 험한 여정을 잘 이해 못하는 편이기도 하다.
시아버님 소천하신 지 40년, 시어머님 소천하신 지 14년이 지났다
지금 살아 계신다면 시아버님은 102살 시어머님은 98살이 되신다
그런데 지금도 그때 사용한 영정 사진이 한지에 싸여 서랍 맨 아래에 보관되어 있다
오늘 그 사진을 꺼냈다
액자를 모두 뜯어 정리하고 사진은 현상소에서 작은 사이즈로 축소했다
그리고 시부모님과 가족들의 정리된 앨범에 나란히 두 분의 사진을 끼웠다
이렇게 사진을 기념으로 몇 장 정리 보관하고 또 더러는 소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훗날 내 자식들이 우리의 사진도 이리 정리할 테지 생각하니 조금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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