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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름다운 삶
살아 가면서...

친구...

by 금 랑 2023. 12. 3.

                                                                     깊어 가는 겨울 파주의 병원 앞 풍경

 

 

친구가 한 명 있다

큰 아들과 친구의 큰 딸이 함께 유치원을 다니며 알게 되어 지금까지 친구로 남아있다

자주 만나지도 아니하고 그렇다고 전화를 자주 해 안부를 묻는 친구도 아니다

그래도 무슨 말을 해도 다 이해되는 속에 있는 말을 그냥 툭 하고 해도 다 알아듣고 설명도 이해도 필요하지 아니한 그런 관계로 35년 세월을 보내온 그런 친구, 가끔 아주 가끔 이러다가 부고장을 소식으로 받는 것 아니냐는 농담으로 한 번씩 만나는 그런 친구다.

 

올해로 갑상샘 암이 5년이 되어 결과가 좋기는 바라는 친구가 유방암 선고를 또 받았다

완치를 기다리는 가운데 전이가 아닌 또 새로운 암이란다

너무 억욱하다며 전화 온 친구에게 "너 그렇게 사는 것 아니라고 내가 몇 번 말했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런데 지난 일에 둘 이 울고 듣고 말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들 장가보내고 지금까지 손주를 봐주고 있다

새벽 7시에 아들집에 도착해 아들과 며느리 출근하고 손녀 밥 먹여 유치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 일과 남편 식사 챙기고 오후 3시가 되면 유치원 앞에서 손녀 기다려 데리고 집으로 가서 놀아주며 저녁 챙겨 두고 아들과 며느리 도착 하는 시간이 오후 7시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반복의 시간을 손녀가 6살이 되도록 하고 있다.

 

친구도 내 아들을 알고 나도 친구의 딸과 아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내가 화가 났다

이젠 자식에게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없냐고 말이다

며느리가 아들 혼자 벌어서 살 수가 없다 했단다

이번에도 엄마 아프다는 말에 그럼 손녀는 어떡하냐 했다던가

나 지금도 놀이터에서 손녀 보고 있다는 말에 미쳤냐며 또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친구가 큰 결심을 했다

유방암 수술 후 집으로 퇴원하지 아니하고 포천의 한 요양병원에 들어갔다

집으로 퇴원하면 또 보이는 많은 것들 치워야 하고 맘 써야 하고 이제야 안 되겠다 싶었는지 말이다

1인실에 먹는 것과 운동 기본적인 것은 챙기며 혼자 산책도 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단다

그냥 이것저것 걱정은 되지만 우선은 아무 생각 없이 자신만 돌아본단다

그리고 너무 좋단다

얼마만의 자기만을 위한 시간인지 모르겠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처음 갑상샘 암이라 했을 때는 하나님께 순한 암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했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하시지 않냐고 원망이 되더란다

수술을 위해 입원해 기다리는 동안 병원의 작은 성당에서 나에게 왜 이리 가혹하시냐며 울며 불며 원망하다

기운 빠져 가만히 앉아 있는데 마음속에 들리는 듯한 음성 그래서 이번에도 순한 것으로 주지 아니했냐고....

친구도 알고 있었다

왜 이리 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포천의 한적한 시골의 계절, 겨울 날씨

친구가 사다 달라던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 그리고 상추를 사서 씻어 챙겼다

오늘 친구를 만나고 왔다.

 

친구도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햇살이 너무도 눈부신 커다란 창이 있는 카페 썬샤인스타디오

마주 앉지 아니하고 햇살을 바라보며 둘이 옆으로 나란히 앉았다

우리의 탁자 옆으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있었다.

 

                                                                            썬샤인 카페의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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